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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6

작문필사_아이 그는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서 가던 길을 갔다. 나는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바르바라 페트로브나 앞에서 증인이 되고 싶었다. 그가 예의 그 여자처럼 옹졸한 마음에 리푸틴 말만 믿고 저런다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지만, 이제 보니 리푸틴보다 훨씬 먼저 이 모든 생각을 했고 리푸틴은 그저 그의 의혹을 확증해 준 것에, 불에 기름을 들이 부은 것에 불과했음이 분명해졌다. 그는 첫날부터 어떤 근거도, 심지어 라푸틴과 같은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할 것도 없이 처녀를 의심했다.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폭군 같은 행위를 그저, 저 귀중한 니콜라가 귀족이라면 흔히 범하는 죄업을 존경받는 사람과의 결혼을 통해 서둘러 무마하려는 필사적인 소망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이 때문에 꼭 벌을 받았으면 .. 2023. 10. 31.
작문필사_기도 우리 친구에게는 정말로 고약한 버릇이 적잖이 생겼는데, 특히 최근 들어서 그랬다. 그는 눈에 뜨일 만큼 급속도로 해이해졌고, 칠칠찮아진 것도 사실이다. 전보다 술도 많이 마시고 눈물도 헤퍼지고 신경도 쇠약해져서 우아한 것에 대해 너무나 예민해졌다. 그의 얼굴은, 가령, 가장 엄숙한 표정에서 가장 웃기고 심지어 바보 같은 표정으로 이례적으로 빨리 변하는 이상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고독을 견디지 못해 어서 빨리 자기를 즐겁게 해 주기를 끊임없이 갈구했다. 반드시 무슨 험담이든, 도시의 일화든, 더욱이 매일 새로운 것을 이야기해 주어야 했다. 오랫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우수에 젖어 이 방 저 방을 어슬렁거리며 창가로 다가가기도 하고 생각에 잠긴 채 입술을 씹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 2023. 10. 31.
작문필사_양가감정 이상한 우정들이 있다. 두 친구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고 평생 그렇게 살면서도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도저히 헤어지지 못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변덕을 부려 절교를 선언한 친구 쪽에서 먼저 병이 나 죽어 버릴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가끔 바라바라 페트로브나와 눈을 마주 보고 내밀한 감정을 토로한 다음 그녀가 떠난 뒤 갑자기 소파에서 펄쩍 뛰어올라 두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p24~25) 악령. 도스토옙스키 작문 : ​ 이상한 감정들이 있다. 두 감정은 서로를 껄끄러워하면서도 지극히 얽혀 좀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도저히 분리될 수 없는데, 칼같이 한쪽의 손을 들어 내뱉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남아있던 감정은 꾸덕꾸덕 남아 나를 괴롭히.. 2023. 10. 31.
작문필사_그녀가 새벽을 기다리지 않았으면 했다. 응당, 나는 인간의 내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외부에서만 봤을 뿐이다. 내 생각으로는, 가령 벌겋게 달궈진 쇠막대를 거머쥔 다음 자신의 견고함을 측정해 보려는 목적으로 그것을 손안에 꽉 움켜쥐고 십초 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내고 결국은 그것을 정복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라면, 내 생각으로는, 니콜라이 프레볼로도비치가 지금 이 십 초간 견뎌 낸 것과 비슷한 뭔가를 참아 낼 수 있을 것 같다. (p348~349). 악령. 도스토옙스키 ​ 작문 : ​ 당연히, 나는 그녀의 마음에 무엇이 자리했는지 알지 못하고, 행동으로만 느꼈을 뿐이다. 내 생각으로는, 가령 녹슨 못이 숭숭히 박힌 각목이 휘둘려지는데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려는 목적으로 머리를 감싸 안아 잔뜩 웅크린 채 날아오는 그것..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