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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필사7

작문필사_엄마 편지를 펼친 순간부터 읽는 동안 거의 내내 라스콜니코프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자 그의 얼굴은 창백해지며 경련으로 일그러졌고, 힘겹고 초조하고 심술궂은 미소가 일면서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는 너무 낡아 얄팍해진 베개를 베고 누워 오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심장도 격렬하게 뛰고 생각도 격렬하게 요동쳤다. 급기야는 운장이나 트렁크 같은 이 싯누런 골방이 너무 갑갑해 숨이 턱턱 막혀왔다. 시선도, 생각도 확 트인 공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거머쥐고 밖으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계단에서 누구와 마주칠까 봐 겁을 내지도 않았다. (p.77. 죄와벌. 도스토예프스키) 작문: 엄마를 알아본 순간부터 다가가는 거의 내내 아이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헤어질 때가 되자 눈.. 2023. 10. 31.
작문필사_미소의 가면 나는 그녀가 일부러 냉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수줍음 많고 마음이 순결한 사람들이 최후위 순간에 흔히 사용하는 간계임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데, 이런 자들은 누가 거칠고 집요하게 자기 영혼을 파고들어도 워낙 오만하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남 앞에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녀가 몇 번이나 뜸을 들이다가 냉소적으로 나오고 끝에 가서야 감정을 드러내 보일 결심을 할 만큼 소심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응당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눈치를 채기는커녕 못된 감정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그래, 두고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p.166~167. 지하로부터의수기) 작문: 나는 그녀가 애써 미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마찰 없이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람들.. 2023. 10. 31.
작문필사_양가감정 이상한 우정들이 있다. 두 친구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고 평생 그렇게 살면서도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도저히 헤어지지 못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변덕을 부려 절교를 선언한 친구 쪽에서 먼저 병이 나 죽어 버릴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가끔 바라바라 페트로브나와 눈을 마주 보고 내밀한 감정을 토로한 다음 그녀가 떠난 뒤 갑자기 소파에서 펄쩍 뛰어올라 두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p24~25) 악령. 도스토옙스키 작문 : ​ 이상한 감정들이 있다. 두 감정은 서로를 껄끄러워하면서도 지극히 얽혀 좀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도저히 분리될 수 없는데, 칼같이 한쪽의 손을 들어 내뱉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남아있던 감정은 꾸덕꾸덕 남아 나를 괴롭히..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