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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16

작문필사_미소의 가면 나는 그녀가 일부러 냉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수줍음 많고 마음이 순결한 사람들이 최후위 순간에 흔히 사용하는 간계임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데, 이런 자들은 누가 거칠고 집요하게 자기 영혼을 파고들어도 워낙 오만하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남 앞에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녀가 몇 번이나 뜸을 들이다가 냉소적으로 나오고 끝에 가서야 감정을 드러내 보일 결심을 할 만큼 소심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응당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눈치를 채기는커녕 못된 감정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그래, 두고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p.166~167. 지하로부터의수기) 작문: 나는 그녀가 애써 미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마찰 없이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람들.. 2023. 10. 31.
작문필사_아이 그는 나를 쳐다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서 가던 길을 갔다. 나는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바르바라 페트로브나 앞에서 증인이 되고 싶었다. 그가 예의 그 여자처럼 옹졸한 마음에 리푸틴 말만 믿고 저런다면 그를 용서했을 것이지만, 이제 보니 리푸틴보다 훨씬 먼저 이 모든 생각을 했고 리푸틴은 그저 그의 의혹을 확증해 준 것에, 불에 기름을 들이 부은 것에 불과했음이 분명해졌다. 그는 첫날부터 어떤 근거도, 심지어 라푸틴과 같은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심사숙고할 것도 없이 처녀를 의심했다. 바르바라 페트로브나의 폭군 같은 행위를 그저, 저 귀중한 니콜라가 귀족이라면 흔히 범하는 죄업을 존경받는 사람과의 결혼을 통해 서둘러 무마하려는 필사적인 소망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나는 그가 이 때문에 꼭 벌을 받았으면 .. 2023. 10. 31.
작문필사_기도 우리 친구에게는 정말로 고약한 버릇이 적잖이 생겼는데, 특히 최근 들어서 그랬다. 그는 눈에 뜨일 만큼 급속도로 해이해졌고, 칠칠찮아진 것도 사실이다. 전보다 술도 많이 마시고 눈물도 헤퍼지고 신경도 쇠약해져서 우아한 것에 대해 너무나 예민해졌다. 그의 얼굴은, 가령, 가장 엄숙한 표정에서 가장 웃기고 심지어 바보 같은 표정으로 이례적으로 빨리 변하는 이상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고독을 견디지 못해 어서 빨리 자기를 즐겁게 해 주기를 끊임없이 갈구했다. 반드시 무슨 험담이든, 도시의 일화든, 더욱이 매일 새로운 것을 이야기해 주어야 했다. 오랫동안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우수에 젖어 이 방 저 방을 어슬렁거리며 창가로 다가가기도 하고 생각에 잠긴 채 입술을 씹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하다가 결국에는 .. 2023. 10. 31.
작문필사_양가감정 이상한 우정들이 있다. 두 친구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고 평생 그렇게 살면서도 헤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도저히 헤어지지 못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변덕을 부려 절교를 선언한 친구 쪽에서 먼저 병이 나 죽어 버릴 것이다. 내가 확실히 아는바,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가끔 바라바라 페트로브나와 눈을 마주 보고 내밀한 감정을 토로한 다음 그녀가 떠난 뒤 갑자기 소파에서 펄쩍 뛰어올라 두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친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p24~25) 악령. 도스토옙스키 작문 : ​ 이상한 감정들이 있다. 두 감정은 서로를 껄끄러워하면서도 지극히 얽혀 좀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도저히 분리될 수 없는데, 칼같이 한쪽의 손을 들어 내뱉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남아있던 감정은 꾸덕꾸덕 남아 나를 괴롭히..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