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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필사_선생 노파는 그 앞에 말없이 서서 미심쩍은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예순 살쯤 된 조막만 하고 말라빠진 노파였는데, 못됐게 생긴 날카로운 눈에 코는 작고 뾰족했으며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았다. 별로 세지 않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는 번들번들 기름이 발려 있었다. 닭의 발목처럼 앙상하고 기다란 목에는 플란넬 쪼가리 같은 것을 두르고 어깨에는 이렇게 무더운데도 죄다 너덜너덜해지고 누렇게 빛바랜, 헐렁한 털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 노파는 쉴 새 없이 기침을 해 대고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p.17).죄와벌.도스토옙스키 작문: 선생은 교단에 말없이 서서 건조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서른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적당히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와 체격으로 칙칙한 벽돌색의 투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2023. 10. 31.
작문필사_엄마 편지를 펼친 순간부터 읽는 동안 거의 내내 라스콜니코프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자 그의 얼굴은 창백해지며 경련으로 일그러졌고, 힘겹고 초조하고 심술궂은 미소가 일면서 입술이 씰룩거렸다. 그는 너무 낡아 얄팍해진 베개를 베고 누워 오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심장도 격렬하게 뛰고 생각도 격렬하게 요동쳤다. 급기야는 운장이나 트렁크 같은 이 싯누런 골방이 너무 갑갑해 숨이 턱턱 막혀왔다. 시선도, 생각도 확 트인 공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는 모자를 거머쥐고 밖으로 나갔는데, 이번에는 계단에서 누구와 마주칠까 봐 겁을 내지도 않았다. (p.77. 죄와벌. 도스토예프스키) 작문: 엄마를 알아본 순간부터 다가가는 거의 내내 아이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헤어질 때가 되자 눈.. 2023. 10. 31.
작문필사_나는 골치아픈 인간이다.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통 매력이 없다. 내 생각에 나는 간이 아픈 것 같다. 하긴 나는 내 병을 통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의학과 의사를 존경하긴 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지 않으며 또 받은 적도 결코 없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극도로 미신적이다. 뭐, 의학을 존경할 정도로는 미신적이란 소리다.(미신적이지 않을 만큼은 교육도 충분히 받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신적이다.) (p.9.지하로부터의 수기. 도스토예프스키) 작문: 나는 슬픈 인간이다...... 나는 골치 아픈 인간이다. 나란 인간은 도무지 흐름을 맞출 수가 없다. 내 생각에 나는 입이 좀 아픈 것 같다. 하긴 나는 내 입을 가만두지 못하는 데다가 정확히 언제 멈춰야 .. 2023. 10. 31.
작문필사_미소의 가면 나는 그녀가 일부러 냉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수줍음 많고 마음이 순결한 사람들이 최후위 순간에 흔히 사용하는 간계임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인데, 이런 자들은 누가 거칠고 집요하게 자기 영혼을 파고들어도 워낙 오만하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남 앞에 좀처럼 드러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녀가 몇 번이나 뜸을 들이다가 냉소적으로 나오고 끝에 가서야 감정을 드러내 보일 결심을 할 만큼 소심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응당 눈치를 챘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눈치를 채기는커녕 못된 감정에 휩싸이고야 말았다. ‘그래, 두고 보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p.166~167. 지하로부터의수기) 작문: 나는 그녀가 애써 미소의 가면을 썼음을. 그것이 마찰 없이 사람들과 교류하는 사람들.. 2023. 10. 31.